Feb 20,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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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다리 아저씨를 꿈꾸던 시절은 갔다. 하지만 내게는 키다리 아줌마가 될 수 있다는 꿈이 생겼고, 똘똘뭉친 상처에 방어하기만 바빴던 날들은 상처입은 사람을 어떻게 사랑해야하는지 고민하고 또 고민하는 날들을 선물했다. 스스로 성실하게 치유하고 나면 펼쳐질 세상을 즐겁게 상상하고 있으면 나자신이 참 사랑스럽게 느껴진다. 쓸데없는 욕심으로 궤도이탈하지 않기를 바라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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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옮기는 동안 내 기억 속의 묵은 책들을 봄 햇살 앞에 꺼내 놓았다. 어디 하나 성한게 없는 책들, 제각기 나름대로 상처입은 문장들을 바라보며 살아온 날들이 참 힘들었구나 생각했다. 또한 괜히 상처를 꺼내 놓았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부끄러웠다. 하지만 이 눈부신 봄 햇살 앞에 부끄러운 게 어디 그것뿐이랴. /류시화
부끄러운 날도 뿌듯한 날도 열심히 흘러간다. 겨울뒤엔 봄이오고, 진 꽃은 또 피고, 나도 자연이기 때문잉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