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추장스러운 껍데기 하나가 벗겨져 나간다.
벗기고 벗고 깎이고 바닥밖에 남지 않은 그 곳의 향수
바람의 한켠에 실려오는 이 야릇한 씨앗들
아무것도 묻지 않는 아득한 스침들이
이 북적하고 먹먹한 이야기들이 거니는 어느 가을길
그 모퉁이엔 시리도록 가득고인 눈물 한방울
처연한 들숨과 애잔한 날숨이 뒤섞인 어느 그리움
바람이 분다. 계절이 지나간다.
부질없음이 없다한다. 그 숱한 마음들이 물었다.
설레임이 가득한 추풍이 머리칼을 휘감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