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박이는 커서를 응시하며 한글자 한글자 찍어 눌러본다. 알파벳보다 더 많이 후려치는 백스페이스키. 일그러진 페이지. 왜 이렇게 머무르는지 알 수 없다. 종언할 수 없는 마침표의 갈등은 어떠한 생각에도, 그렇게 남은 어떤 기록에도 일말의 자비심을 남기지 않는다. 깬 채로 꿈을 꾸었는데 높낮이에 갈피가 없는 한순간도 포착할수 없는 미세한 진동이었다. 연주할수 없는 음역대였으며 계이름을 모르는 음계였다. 문자처럼 보이는 말들의 무덤이 있었는데 비석들 사이를 머뭇거리다가 화해하지 못한 단어들 앞에서 눈을 감고 말았다. 고개를 숙일수 밖에 없는 다리는 곧 기억을 잃었다. 길다 짧다의 개념이 없는 곳이었다. 시간이 없는 곳이었다. 명사는 사라지고 형용사는 아직 조금은 남아있었다. 그래서 가질 수 있는 것이 없었다. 그래서 너와 내가 없었다. 시간이 없자 너와 나도 없고 너와 내가 없자 ()의 개념도 없었다. 실종된 단어로 이루어진 개념에 관한 기억이 흐릿해질무렵 눈을 감으며 꿈을 깼다. 다리가 있다. 다리가 남았다.꿈 밖 에 서 이 제 화 해 하 러 ㄱ . . . .